의정부의 ‘오뎅집’에 가보기 전까지 나는 부대찌개를 좋아하지 않았다. 벌겋기만 한 국물은 얼큰하지도 개운하지도 않고, 남은 재료를 이것저것 집어넣어 끓인 잡탕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라면은 왜 또 넣는지. 내게 부대찌개란 한마디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음식이었다.

물론 ‘오뎅집’ 부대찌게를 먹어보지 못해서였다.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가긴 했지만 사람들 말을 믿지도 않았고 맛에 대한 기대도 없었는데, 그집 부대찌개

를 맛본 그 순간 난 부대찌개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경이로운 맛 이었다. 늘 시간에 쫓기는 터라 그 후 다시 가보지는 못했지만 부대찌개에 대한 내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오뎅집에 나오는 반찬 중에 무 짠지가 있다. 적당히 간 이 배고 숙성된 맛이 기가 막히는데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아 앞으로는 무 짠지를 내지 않을 작정이란다.
에구, 젊은 입맛만 입맛이란 말인가.


부대찌개는 우리의 아픈 역사가 만들어낸 음식이다.
의정부의 부대찌개 상인 연합이 ‘의정부찌개’로 이름을 바꾼 것도 그런 까닭일 것이다.
백지 위에 반듯한 선을 다시 긋듯 생채기를 지우고 새 살로 태어나려는 노력이겠다.

부대찌개를 생각하면 우리의 슬픈 현대사가 함께 떠오른다.
전쟁의 혼돈 속에서 모두가 춥고 배고팠던 시절, 미군부대에서 나오는 햄으로 찌개를 끓여먹으며 허기를 다랬던 우리들의 서글픈 얼굴이.

그러나 5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부대찌개는 어느덧 가장 한국적인 음식 중의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그것이 한국인의 힘이 아닐까.


꼭 한번 먹으러 가봐야겠네........^^ 출처 : [식객]취재일기중에서..........

Posted by 이아페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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